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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鄕愁)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끔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끔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 파아란 하늘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 풀섭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끔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라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정지용[鄭芝溶]
* 정지용(鄭芝溶)_1902년 충청북도 옥천에서 태어나 1950년 한국전쟁 중 향년 48세로 사망하신 일제강점기 시기에 활동하신 시인입니다. 1935년에 첫 시집인 [정지용 시집]을 출간하였고, 1941년에는 두 번째 시집인 [백록담/白鹿潭]을 발간하였습니다. 산문집으로는 [문학독본/文學讀本], [산문/散文]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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