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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五月)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 삼백(三百)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김영랑[金永郞]
* 김영랑(金永郞)_영랑(永郞)은 아호이며 본명은 김윤식(金允植)이고, 1903년 전라남도 강진에서 태어났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활동한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입니다. 대표작으로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외에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꿈 밭에 봄 마음>, <내 마음을 아실 이> 등이 있고, 펴낸 시집은 [영랑시집]과 [영랑시선] 두 권이 있다고 합니다. 한국전쟁 당시 서울수복 다음 날 유탄에 맞아 사망하게 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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