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루투갈_파스텔 드 벨렘 제로니모스 수도원

1. 파스텔 드 벨렘(Pastel de Belém)_ 한 입에 담긴 리스본의 역사

 리스본 벨렘 지구의 어느 골목, 하얀 외벽에 푸른 타일이 수 놓인 작은 제과점. 그곳에선 매일 아침, 달콤한 역사 하나가 구워진다. 바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르투갈 디저트, Pastel de Belém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이 에그타르트는 단순한 간식을 넘어, 리스본의 전통과 자부심을 품고 있다. 1837년, 제로니무스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만든 비밀 레시피는 오늘날까지도 단 한 곳에서만 그대로 전해진다. 그 풍미는 대량 생산이 아닌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하며, 오직 벨렝에서만 ‘Pastel de Belém’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다. 다른 곳에서 파는 것은 ‘Pastel de Nata’라 불린다.

 따뜻할 때 한 입 베어 물면, 겹겹의 페이스트리가 우아하게 부서지고, 크림처럼 녹아내리는 바닐라 향 커스터드가 입안을 감싼다. 위에 솔솔 뿌려진 시나몬과 슈거 파우더는 그 정취를 한층 더 깊게 만든다. 단순한 맛이 아니다. 그것은 포르투갈 여행의 감동을 농축한 한 입이다.

 리스본 맛집을 검색한다면 반드시 등장하는 이 작은 디저트는, 이제는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명소가 되었다. 하지만 진짜 매력은 그 정통성과 정성에 있다. Pastel de Belém은 그저 먹는 것이 아니라, 리스본의 시간을 함께 음미하는 방식이다.

 

2. 제로니모스 수도원(Mosteiro dos Jerónimos)_ 시간의 파도가 멈추는 곳

 리스본 서쪽, 태그스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꿈처럼 하얀 건축물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바로 제로니모스 수도원(Mosteiro dos Jerónimos)이다. 한 시대의 영광과 믿음, 예술이 정교하게 조각된 이 수도원은 포르투갈 대항해 시대의 정수를 품은 유산으로, 리스본을 대표하는 가장 장엄한 건축물이다.

 1502년, 바스쿠 다 가마가 인도로 항해한 성공을 기념하며 착공된 이 수도원은 마누엘 양식(Manueline)이라는 독특한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결정체다. 이 양식은 고딕의 웅장함과 르네상스의 조화를 바탕으로, 항해와 바다를 상징하는 조형 요소들을 화려하게 담아낸다. 수도원의 외벽과 아치, 기둥 하나하나에는 밧줄, 조개, 해초, 천사와 같은 상징들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바다를 품은 나라의 신념과 자부심을 돌 위에 새긴 것이다.

 리스본 명소 중에서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그 장엄함 속에서 놀라운 평온함을 준다. 수도원 안으로 들어서면, 두 층으로 구성된 회랑이 마치 시간의 미로처럼 펼쳐진다. 햇살은 고딕 아치 너머로 고요히 스며들고, 그 빛을 따라 걷는 발걸음은 어느새 몇 세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수도원 안에는 바스쿠 다 가마의 무덤이 조용히 놓여 있다. 포르투갈의 바다를 세계로 넓힌 이 위대한 항해자의 유해는, 이곳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포르투갈 문학의 거장, 루이스 드 카몽이스의 무덤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그들의 존재는 이 공간에 지적인 무게와 역사적 깊이를 더한다.

 포르투갈 여행 중 제로니모스 수도원을 찾는다는 것은 단순히 아름다운 건축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 신앙과 예술, 바다와 문명의 연결을 직접 느끼는 행위다. 이곳은 바다가 나라의 운명을 결정지었던 시절, 신에게 감사를 드리기 위해 세운 공간이며, 지금은 전 세계 여행자들에게 그 웅장한 아름다움과 상징성을 전한다.

 수도원 바로 옆에는 국립 고고학 박물관과 해양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어, 이 지역을 문화 탐방의 거점으로 삼기에 이상적이다. 또 걸음을 옮기면 바로 만날 수 있는 벨렘탑과 파스텔 드 벨렘까지—제로니모스 수도원은 리스본에서의 하루를 깊이 있게 완성시켜 주는 시작점이자 중심이다.

 제로니모스 수도원은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포르투갈이 걸어온 길을 말없이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를 직접 마주하고 싶다면, 리스본의 따사로운 빛 아래, 천천히 그 회랑을 걸어보라. 거기에는 과거의 영광과 오늘의 고요함이 조화롭게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