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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3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윤동주[尹東柱] 2023. 3. 15.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 별 하나에 사랑과 / 별 하나에 쓸쓸함과 / 별 하나에 동경과 / 별 하나에 시와 /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라시스 잠', '라이.. 2023. 3. 11.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 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尹東柱) (원문)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르러 /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안테 주어진 길을 / 거러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_1917년에 태어나 일제강점기에 활동하신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분입니다. 직접 몸을 부딪치는 저항활동을 하시지는 않으셨지만 뜻을 굽히지 않는 저항시를 통해서 "문(文)은 무(武) 보.. 2023.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