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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Glasses)_2025년 칸 영화제를 빛낸 한국 애니메이션

돈단지73 2025. 5. 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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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세계 영화인의 축제 칸 국제영화제에 반가운 이름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바로 한국의 애니메이션 감독 정유미입니다. 그녀의 신작 단편 애니메이션『안경(Glasses)』이 제78회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La Semaine de la Critique) 단편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단편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예술성과 서사, 감성의 깊이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작품은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선 감정의 시(詩)에 가깝습니다.


* 안경, 그 너머의 세계를 보다

『안경(Glasses)』은 제목처럼 단순한 안경의 이야기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깨진 안경을 고치는 과정은 곧 주인공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여행이자, 억눌린 감정과 마주하는 상징적 여정으로 확장됩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시력을 회복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진짜 모습'을 다시 바라보고, 내면의 그림자와 화해하는 감정의 회복극을 담아냅니다.

 작품은 말 대신 이미지로 감정을 전합니다. 관객은 대사 없는 장면 속에서 스며드는 음악과 정교한 연필 드로잉을 통해 주인공의 내면을 함께 느끼고, 흔들립니다. 단편임에도 그 깊이는 놀라울 정도로 무겁고도 섬세합니다.


* 정유미 감독_칸이 사랑한 애니메이터

 정유미 감독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알려진 한국 애니메이션 감독입니다. 2009년 『먼지아이(Dust Kid)』로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고, 이후에도 베를린국제영화제,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꾸준히 작품을 선보여 왔습니다.

『안경』은 정 감독의 칸 영화제 두 번째 공식 초청작이자, 비평가주간 부문에서 선정된 첫 번째 한국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큽니다. 특히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된 유일한 한국 작품이라는 점은, 정 감독의 작품성과 한국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합니다.

<<출처_프랑스 비평가협회 홈페이지>>


* 감성의 드로잉, 이야기보다 깊은 감정

『안경』의 시각적 연출은 특유의 연필 드로잉 기반 2D 애니메이션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정유미 감독 특유의 따뜻하고 감성적인 선이 살아 있으며, 수채화 같은 톤의 색감과 섬세한 배경은 작품 전체에 잔잔한 호흡을 불어넣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의 층위는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깨진 안경을 통해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주인공이, 조심스럽게 자신과 마주하며 내면의 상처를 인정하고, 끝내 스스로를 포용하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이러한 서사는 여성의 자아, 억눌린 감정, 정체성의 회복이라는 보편적이고도 시대적인 주제와 맞닿아 있으며, 정 감독은 이를 무심한 듯 절제된 연출로 풀어냅니다. 그래서 더 깊게 와닿고,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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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적 반응과 향후 기대

『안경』은 2025년 칸 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된 이후, 현지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정제된 이미지로 감정을 이끌어내는 드문 애니메이션", "조용한 울림을 주는 심리적 회화"라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특히 비평가주간의 엄격한 선정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감정적’이기만 한 작품이 아니라 형식과 내용 모두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 김해김(Kimhēkim)의 공동 지원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향후 전 세계 주요 영화제 및 플랫폼을 통해 소개될 예정입니다.


* 감정을 일깨우는 15분의 예술

『안경』은 분명 짧은 러닝타임을 가진 단편 애니메이션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의 깊이와 주제의식은 긴 여운을 남깁니다. 정유미 감독은 말로 설명하지 않고, 화면으로 느끼게 하는 방식으로 관객에게 다가섭니다. 때로는 이런 '조용한 예술'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울림을 주기도 하지요.

 2025년 한국 애니메이션의 자부심, 정유미 감독의 『안경』. 이 작품은 우리 모두가 마음속 어딘가에 품고 있던 '내면의 안경'을 꺼내 닦고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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