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_사라고사 필라르성모대성당 알하페리아궁전
1. 사라고사(Zaragoza)_ 스페인의 숨은 보석
스페인 여행이라 하면 많은 이들이 바르셀로나의 해변, 마드리드의 박물관, 세비야의 플라멩코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스페인의 진정한 매력을 알고 싶다면, 사라고사(Zaragoza)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카탈루냐와 마드리드 사이, 아라곤 지방의 중심지이자 스페인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인 사라고사는 풍부한 역사, 다채로운 건축 양식, 그리고 살아 숨 쉬는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도시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스페인의 숨은 진주입니다.
사라고사의 역사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로마 제국 시절 이 도시는 "카이사라우구스타(Caesaraugusta)"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를 기리기 위해 명명되었습니다. 이후에도 사라고사는 이슬람 왕국의 지배, 기독교 왕국의 재정복(레콩키스타), 아라곤 왕국의 중심지로 시대마다 다양한 문화적 영향을 흡수했습니다. 그 결과, 도시 곳곳에는 로마 유적, 이슬람 건축, 고딕과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까지 시간의 층이 쌓인 듯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도시를 걷다 보면 한 골목 안에서도 서로 다른 시대의 문화가 공존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 마치 거대한 역사박물관을 산책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사라고사의 도심을 가로지르는 에브로 강(Ebro River)은 단순한 자연 경관을 넘어서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강을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관광 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에브로 강변에서는 주말마다 지역 주민들이 모여 플리마켓을 열거나, 음악 공연, 지역 음식 축제 등이 열리기도 합니다. 이런 생생한 현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것도 사라고사 여행의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사라고사는 역사적인 유산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문화와 활기찬 생활이 살아 있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중앙시장(Mercado Central)에서는 신선한 채소와 해산물을 구경하며 스페인 현지인의 일상적인 삶을 엿볼 수 있고, 도심 속 좁은 골목에서는 세련된 카페와 레스토랑, 바가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특히, 사라고사는 타파스(스페인식 안주 요리)의 수준이 매우 높기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바 거리 ‘엘 튜보(El Tubo)’는 사라고사 미식 여행의 핵심으로, 여러 바에서 다양한 타파스를 조금씩 맛보며 골목 구석구석을 탐험하는 것이 큰 즐거움입니다.
사라고사를 진정으로 느끼고 싶다면, 매년 10월에 열리는 필라르 축제(Fiestas del Pilar) 기간에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축제는 필라르 성모 마리아를 기리는 축제로, 스페인 전역에서 수많은 관광객과 순례자들이 몰려오는 최대 규모의 지역 축제입니다. 플라멩코 공연, 거리 퍼레이드, 전통 복장의 시민들,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음악과 불꽃놀이… 사라고사의 밤은 이 축제 기간 동안 가장 뜨겁고 환상적인 풍경으로 채워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 하면 유명 도시들만 떠올리지만, 사라고사는 여행자의 기대를 뛰어넘는 깊이 있는 매력을 가진 도시입니다. 역사, 예술, 종교, 건축, 음식, 자연, 현대적 라이프스타일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스페인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도시이죠. 조용한 골목을 걷다가 마주치는 천 년의 흔적, 강바람에 실려오는 성당의 종소리, 그리고 정겨운 현지인의 미소는 여행자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스페인의 또 다른 얼굴을 보고 싶다면, 사라고사를 여행지 리스트에 꼭 추가해 보세요.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입니다.
2. 필라르 성모 대성당(Basílica de Nuestra Señora del Pilar)_사라고사의 영혼
스페인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바로 필라르 성모 대성당(Basílica de Nuestra Señora del Pilar). 이 성당은 스페인 북동부 도시 사라고사(Zaragoza)에 위치한 대표적인 종교 건축물로,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선 정신적 중심지이자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순례지입니다. 필라르 성모 대성당은 에브로 강(Río Ebro)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웅장한 바로크 양식의 성당으로, 사라고사의 상징이자 스페인 천주교의 중요한 순례 성지입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성모 마리아가 살아 있을 당시 직접 사도 야고보(James)를 격려하기 위해 나타난 장소에 세워진 성당이라고 해요. 이것이 바로 스페인과 유럽 전체에서도 보기 드문 “살아 있을 때 나타난 성모 마리아”의 유일한 사례라고 전해집니다. 즉,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신앙의 역사와 기적의 중심지로서도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17세기말부터 18세기 초까지 수십 년에 걸쳐 지어진 이 성당은, 스페인 바로크 건축의 결정체입니다.
길이만 약 130m, 폭 67m에 이르는 대형 구조로, 무려 11개의 돔과 4개의 높은 종탑이 인상적입니다. 웅장한 외관만큼이나 내부도 장엄하고 정교합니다. 내부에는 스페인의 국민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가 직접 그린 프레스코화가 남아 있어 예술적인 가치도 매우 높습니다. 특히 ‘천사의 찬가(Adoration of the Name of God)’와 같은 작품은 고야의 초기 작품으로, 그 예술적 깊이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예요. 성당 중앙에는 성모 마리아가 서 있었다는 전설의 기둥(Pilar)이 있습니다. 이 기둥 위에 작은 성모상이 놓여 있으며, 순례자들은 이 기둥에 손을 대며 기도를 올리곤 합니다. 지금도 매일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이 성모상 앞에 서서 조용히 기도하며 감동의 순간을 경험합니다.
성당 북서쪽 종탑에 마련된 전망대(Elevador a la Torre)에 올라가면, 사라고사 시내와 에브로 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특히 석양이 질 무렵에는 강과 도시가 어우러진 절경을 감상할 수 있어, 사진 촬영 포인트로도 최고입니다. 필라르 대성당은 밤에 더욱 빛이 납니다. 조명이 켜진 대성당과 다리, 그리고 강물에 비치는 반영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하죠. 사라고사에서 하루를 마무리할 때 이곳에서 야경을 감상해 보세요.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예요.
성당에서는 매일 정기 미사가 열립니다. 종교적인 의미가 크기 때문에 여행 중이라도 조용히 내부를 둘러보고, 가능하다면 미사에 잠시 참여해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10월의 필라르 축제(Fiestas del Pilar) 기간에는 성모상 앞에 수많은 꽃 공양이 이루어지며, 도시는 축제 분위기로 가득 찹니다. 필라르 성모 대성당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닙니다.
그곳엔 수백 년을 이어온 신앙, 감동, 예술, 문화가 함께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조용히 머물러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깊은 역사를 품고 있는지 체감하게 됩니다.
사라고사 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필라르 성모 대성당은 단연코 놓치면 안 될 핵심 장소입니다.
3. 알하페리아 궁전(Palacio de la Aljafería)_사라고사의 이슬람 유산
스페인을 여행하다 보면 고딕 양식의 대성당, 활기 넘치는 타파스 거리, 태양 아래 빛나는 해변 등 다양한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혹시 스페인 속 이슬람 건축물을 실제로 본 적 있으신가요? 오늘 소개할 장소는 스페인 북동부 도시 사라고사(Zaragoza)에 위치한, 이슬람 건축과 중세 유럽 문화가 공존하는 궁전, 바로 알하페리아 궁전(Palacio de la Aljafería)입니다. 이곳은 사라고사 여행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역사적 명소이자, 스페인 무데하르 양식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곳이에요.
알하페리아 궁전은 11세기 무렵 무슬림 왕조(Banu Hud) 가 사라고사를 통치하던 시절 지어진 왕궁입니다.
알안달루스 시기 북부 지역에 세워진 몇 안 되는 이슬람 궁전 중 하나로,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세비야의 알카사르와 함께 스페인의 3대 이슬람 궁전 중 하나로 꼽힙니다. 하지만 알하페리아만의 특별함이 있다면, 이곳은 그 후 수세기 동안 기독교 왕국의 성채, 왕실의 궁전, 종교재판소, 감옥, 그리고 현재는 아라곤 지방 의회로 사용되는 등 역사적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점입니다. 한 마디로, 스페인 역사의 격동을 모두 담고 있는 ‘살아있는 궁전’이라 할 수 있죠.
알하페리아 궁전은 무데하르(Mudéjar) 양식의 대표적인 유산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무데하르 양식이란 이슬람 건축 기법과 기독교 미술이 혼합된 독특한 스타일로, 스페인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양식입니다. 아치형 천장, 섬세한 스투코 장식, 정원 중앙의 물길, 회랑을 감싼 기둥들… 이 모든 요소가 이슬람 미학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궁전 내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 중 하나인 황금 홀(Sala Dorada)은 무어식 아치와 복잡한 나무 천장 장식으로 유명합니다.
한편 산 마르틴 예배당(Capilla de San Martín) 은 중세 시기의 아라곤 왕들이 이곳에서 회의나 연회를 열었다고 전해지며, 고요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는 여행자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죠. 이슬람 왕국이 몰락한 후, 아라곤 왕국이 궁전을 개조하면서 지은 기독교식 예배당입니다. 내부의 프레스코화와 석조 조각은 기독교 미술과 무슬림 건축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줘요. 궁전 중앙에 위치한 작은 이슬람식 정원은 평온함의 극치입니다. 대칭적으로 설계된 이 정원은 ‘에덴의 정원’을 형상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원을 둘러싼 회랑은 산책하며 사진 찍기에 좋은 포인트입니다.
알하페리아 궁전은 그 역사성과 건축미 덕분에 여러 영화, 다큐멘터리, 드라마에도 등장합니다. 또한 스페인 학생들에게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필수적인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죠. 그리고 지금도 아라곤 지방 의회(Cortes de Aragón)의 회의실로 사용되고 있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알하페리아 궁전은 단순히 아름다운 이슬람 건축물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스페인 역사 속의 다양한 민족과 종교, 정치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슬람 왕국의 정원, 기독교 왕국의 예배당, 근대 스페인의 정치공간까지… 모든 시대의 이야기를 품고 있죠.사라고사를 여행한다면, 알하페리아 궁전은 꼭 들러야 할 필수 코스입니다.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역사와 건축,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을 거닐며, 스페인이 가진 다채로운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보세요.